송준서는 한국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한 피아노 연주자로 귀국 후 연주 활동과 강의 등을 하다가 이번에 첫 앨범을 녹음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현재의 재즈를 들려준다. 이 앨범에서 보이는 그의 매력은 빠르게 상승하는 순간에서도 잃지 않는 침착함이다. 편하게 연주하는 듯하면서도 음 하나 하나를 숙고한 듯 신중하게 이어나가는 연주를 펼치는데 그렇기에 현대적인 감각이 사운드에 스며들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웨인 쇼터의 ‘Black Nile’에서 베이스와 드럼의 단단하고 긴박한 흐름에 대응하면서도 미묘하게 느림을 지향하는 듯한 이지적인 연주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 밖에 타이틀 곡을 비롯한 다른 곡들에서도 그는 템포와 상관 없이 차분하게 잘 정돈된 솔로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지적이라고 해서 그가 느린 템포의 연주를 선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차세대 리더로 주목 받고 있는 그의 친구들, 에릭 할란드(드럼), 빈센트 아르쉐(베이스)와 이루는 긴밀한 호흡과 대비적인 긴장관계 또한 감상의 묘미를 제공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조금 더 치열했다면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 템포 여유를 둔 듯한 연주야 말로 피아노 연주자 송준서의 초상(Portrait)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점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된다.
Portrait – 송준서 (L&P 2009)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