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전반에 활동했던 닉 드레이크는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의 노래들을 불렀다. 그리고 이 곡들은 사후에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닉 드레이크의 음악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다. 적잖은 재즈 연주자들이 그의 곡들을 연주함을 알게 된 이후였다. 사실 나는 포크 계열의 음악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Songlines 레이블의 여러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이 앨범은 그래서 내겐 큰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닉 드레이크의 노래에서 따 온 것이긴 했지만 Poor Boy라는 타이틀도 맘에 들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정작 닉 드레이크의 팬들이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것 같다. 왜냐하면 몇몇 트랙은 온건한 모습으로 닉 드레이크를 그려내고 있지만 대부분 진보적인 사운드-재즈, 포크, 록 등이 결합된-로 닉 드레이크를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소와 훌, 아이빈트 강, 이안 무어, 사이먼 피스크 등의 연주자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앨범을 듣지 않아도 분위기가 어떤지 감을 잡을 수 있으리라.
따라서 이 앨범은 두 가지 상이한 평가가 가능하다. 그냥 콜 포터, 리차드 로저스 등의 스탠더드 작곡가를 주제로 한 앨범들처럼 닉 드레이크의 곡들을 가지고 새로운 연주를 했다는 식으로 본다면 각 곡에 드러난 개별 연주자들의 개성은 분명 참신하고 색다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앨범이 헌정의 의미를 지닌다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두운 분위기를 변형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과연 닉 드레이크의 맛이 제대로 반영되었는가를 말한다면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앨범은 송라인 레이블의 주인인 토니 라이프가 1999년 닉 드레이크 헌정 콘서트를 제작하면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헌정의 의미를 지니는 것인데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