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프리드리히는 독일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는 1998년 뉴욕에서 베이스 연주자 존 허버트와 드럼 연주자 토니 모레노를 만나 지속적인 트리오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앨범은 피루엣 레이블에서의 두 번째 앨범이다. 그런데 화가 잭슨 폴록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사실 타이틀 곡 ‘Pollock’은 아주 짧은 곡이지만 앨범 표지나 ‘Drift’, ‘Ripple’, ‘Wayward’ 같은 곡들의 제목에서 전체적으로 트리오가 잭슨 폴록의 그림을 주제로 연주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재즈가 대중 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을 때 많은 화가들이 재즈를 듣고 재즈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렸다. 앙리 마티스가 그랬고 페르낭 레제가 그랬다. 잭슨 폴록도 마찬가지.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재즈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당시 잭슨 폴록이 즐겨 들었던 재즈는 그의 시대를 지배했던 스윙과 비밥 재즈였다. 그런데 그가 재즈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은 즉흥 연주를 하는 방식, 순간적으로 음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액션 페인팅’으로 대표되는, 결과를 화가 자신도 알 수 없는 그림 그리기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역으로 스윙이나 비밥 재즈 연주자가 아닌 프리 재즈 연주자 오넷 콜맨이 자신의 앨범 <Free Jazz>에 잭슨 폴록의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으리라.
그런데 위르겐 프리드리히 트리오의 그린 잭슨 폴록은 우연적인 그림 그리기보다는 그 행위의 결과인 그림, 캔버스에 고착되어 영원이 되어버린 그림과 그것이 주는 정서에 더 관심을 두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세 연주자의 인터플레이가 상당한 밀도를 보이지만 앨범 타이틀 곡을 제외하고는 우연성에 의지한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의 자유도는 높지만 늘 어울림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각 곡들은 알록달록하면서도 하나의 공간에서 긴밀하게 혼합된 느낌을 준다. 그 결과 잭슨 폴록의 역동적인 추상화보다는 그 이전의 인상주의 그림에 더 가까운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또한 음악적으로 본다면 보보 스텐손 트리오-특히 앨범 <Serenity>-의 연주를 많이 연상시킨다.
하지만 앨범 타이틀 곡 ‘Pollock’만큼은 잭슨 폴록의 잭슨 폴록의 그림 그리기 자체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몽크의 곡을 연주한 ‘Round Midnight’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곡은 기존의 여러 연주와는 다른 신선한 해석으로 위르겐 프리드리히 트리오가 지닌 아름다움을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