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NDR 빅밴드는 그 자체로 음악적 성격을 지니기보다 한 지휘자의 음악적 이상을 구현하는 장(場)의 역할을 한다. 즉, 지휘자에 따라 다른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 이런 NDR 빅밴드가 이번에는 스티브 그레이의 지휘 아래 피아졸라의 탱고곡들을 연주한다. 그런데 사실 탱고 하면 개인적인 정서와 실내악적인 진행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스티브 그레이는 피아졸라가 협주곡 형태의 곡을 작곡했던 것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브라스 섹션의 겹침을 단순히 하고 각 곡마다 테마를 리드하는 악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피아졸라의 탱고를 빅밴드화 했다. 그 결과 사운드는 거대해졌으면서도 탱고 특유의 우수의 정서는 충실하게 반영된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빅 밴드가 피아졸라의 곡을 전사(傳寫)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각 곡마다 적절히 안배된 솔로를 통해 빅 밴드만의 피아졸라를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