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zzolla – Orchestre National De Jazz (Jazz Villag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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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베이스 연주자 다니엘 이브닉이 지휘를 담당하게 된 이후 오케스트르 나시오날 드 재즈(국립 재즈 오케스트라)는 앨범마다 확실한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연주를 펼쳐왔다. 그 결과 로버트 와이엇, 존 홀헨백, 빌리 할리데이, 무성영화 <카르멘> 등이 주제로 설정되어 그와 관련된 곡들이 연주되었다. 이 때문일까? 1986년 시작되어 10번째 지휘자인 다니엘 이브닉에 의해 만들어진 앨범들이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장 성과가 좋은 것 같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 이번 앨범은 아스토르 피아졸라를 주제로 하여 그의 누에보 탕고 곡들의 새로운 연주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다니엘 이브닉은 혼자 편곡을 하는 대신 길 골드스타인을 파트너로 초빙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감히 말한다면 나는 이 앨범을 올 해 최고의 앨범으로 꼽고 싶다.

글쎄. 자유로운 연주를 미덕으로 삼는 재즈에서 정교한 편곡에서 짜릿함을 느낀다는 것이 모순처럼 들릴 수 있으나-실은 정교한 편곡이 중심 또한 재즈 내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다-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편곡에 감탄했다. 10개의 악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자기 소리를 내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다니엘 이브닉과 길 골드스타인은 이를 실현했다. 원래는 솔로곡인 ‘Mi Refusio’에서의 관악기들의 또렷한 겸쳐짐이 좋은 예이다. 여기에 ‘Libertango’, ‘Soledad/Vuelvo Al Sur’의 긴장 가득한 논리적 편곡과 여기서 파생된 비감적 정서의 어울림 또한 환상적이다. 다른 곡들에서도 10명의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텐텟과도 같은 울림으로 정교한 어울림이 주는 짜릿함과 피아졸라의 탕고에 내재된 낭만적 멜랑콜리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달콤하지만 그만큼의 쓴 맛으로 쉬 질리지 않는 다크 초콜릿 같은 느낌.

물론 언급했듯이 오케스트라의 느낌보다는 텐텟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오케스트라가 사실은 재즈의 빅 밴드가 아니라 실내악과 교향악을 아우르는 클래식을 염두에 두고 탄생되었음을 생각하면 의도에서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사운드는 빅 밴드처럼 두텁지 않게 느껴질 수 있으나 개별 악기들이 각각의 층(Layer)을 만들어 겹쳐지는 것은 오케스트라 이상이라 할 수 있다.

ONJ의 지휘자 자격은 보통 3년을 보장받는다. 2년만 하고 물러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3년을 머물렀다. 물론 연임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전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 다니엘 이브닉이 처음이다. 왜 그가 연임하게 되었는지 이 앨범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힌다.

4 COMMENTS

  1. 순간..’아…미치겠다..’는 탄성이 절로.. 곡의 재구성은 이렇게 해야 한다랄까요..?!

    • 예^^..

      하지만 음악을 재구성한다고 해도..
      엄연히 창작이기 때문에 감상자와는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을 진심 이해해도 음악을 ‘창작하는 것, 재구성하는 건..다른 세계’인 것 같아요.

      모든 새로운 시도는 결과와 상관없이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 재구성도 창작 못지 않은 어려운 작업이죠. 때로는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원곡은 물론 다른 이의 것과도 차별화된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원곡을 무시할 수 없으니 운신의 폭도 한계가 있죠. 그것을 극복하려 시지프스처럼 덤비고 또 덤빈 사람들이 재즈 연주자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감상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구요. ㅎ

댓글

지난 2009년 베이스 연주자 다니엘 이브닉이 지휘를 담당하게 된 이후 오케스트르 나시오날 드 재즈(국립 재즈 오케스트라)는 앨범마다 확실한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연주를 펼쳐왔다. 그 결과 로버트 와이엇, 존 홀헨백, 빌리 할리데이, 무성영화 <카르멘> 등이 주제로 설정되어 그와 관련된 곡들이 연주되었다. 이 때문일까? 1986년...Piazzolla - Orchestre National De Jazz (Jazz Village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