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 들어서면서 뒤늦게 솔로 연주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존 테일러가 이번에는 사계(四季)를 주제로 솔로 연주-두 곡에서는 오버더빙을 통한 듀오 연주-를 시도했다. 평소 추상적인 연주를 즐기면서도 종종 회화적인 면을 드러냈던 그였기에 그의 이번 앨범은 상당히 큰 흥미를 유발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는 각 계절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 예쁘게 묘사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았던 모양이다. 각 계절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계절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더 많은 관심을 둔 듯한 연주에 집중한다. 그래서 각 3곡으로 구성된 계절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연속의 느낌이 더 강하다. 앨범 타이틀이 ‘Seasons’가 아닌 ‘Phases’인 것도 이 때문이리라. 결국 표현적인 주제를 선택했지만 연주의 측면에 있어서는 추상적인 성격을 그래도 유지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감상자와의 정서적 공감만큼은 이번 앨범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