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부터 나는 도니 맥캐슬린의 연주에 빠졌다. 조슈아 레드맨이 다소 평범해지고 마크 터너가 살짝 은둔하는 거장의 느낌을 주는 지금으로서는 도니 맥캐슬린이 이 바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주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 크리스 포터도 있지만 앨범으로 보면 확실히 그 또한 이전만 못한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데이브 더글라스 퀸텟 시절의 영향을 드러내려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도니 매캐슬린식의 일렉트릭 펑크 재즈를 들려준다. 이를 위해 아담 벤야민 혹은 유리 케인을 불러 펜더 로즈를 연주하게 했으며 팀 르페브르의 베이스, 안토니오 산체스 혹은 마크 줄리아나의 드럼을 여기에 추가했다. 일렉트릭 펑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리듬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질감의 문제고 기본적으로는 치열한 도니 맥캐슬린의 연주가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끝 없는 움직임’이란 타이틀처럼 부단히 움직이며 공간을 메우는 연주다. 하지만 사실 앨범 타이틀대로라면 오히려 느리고, 여백을 사용한 연주가 영속적인 동작을 더 잘 표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슬로우 모션처럼 말이다.
아무튼 이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 시종일관 상하로 움직이는 도니 맥캐슬린의 연주가 짜릿한 흥분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몇 해 전가지만 해도 그의 이런 연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 몇 해전부터 이지적인 연주에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넣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이번 연주도 완벽하려는 것보다 자신의 에너지를 덩어리 그대로 드러내려는 듯한 느낌이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나 나를 감동시킨 이전 두 앨범과 비교한다면 방향을 바꾼 이번 앨범은 그 앨범들보다는 덜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