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생 레이블 일일에서 발매된 두 장의 앨범은 한국 프리 재즈의 다양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음악적 진정성 또한 뛰어남은 물론이다. 그 두 장의 앨범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베이스 연주자 김성배의 이 앨범이다. 이 앨범은 다수의 프리 재즈 앨범들이 순간적 사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한 견고하게 다듬은 음악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형성한다.
김성배의 베이스와 3년여를 함께 해온 김성준, 여현우(색소폰), 최현우(피아노), 이현수(드럼)로 이루어진 퀸텟의 연주는 형식적인 면에서 전통적인 비밥 양식에 더 가깝다. 그리고 편곡 이전에 작곡에서 상당 부분을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곡의 흐름이 잘 짜여 있다. 그래서 프리 재즈보다는 아방가르드 재즈에 더 가까운 연주를 들려준다. 리더의 자작곡들 사이에 존 콜트레인의 ‘Resolution’이 자리잡은 것도 이를 설명한다.
따라서 이 앨범은 다른 어느 앨범보다 전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이 앨범을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잘 짜인 연주가 만들어 낸 이미지의 명료함, 그리고 이를 구동한 자유로운 상상력에 있다. 모든 곡이 김성배의 일상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과연 누가 믿을까 싶을 정도로 연주의 극적 흐름은 실로 거대하다. 그러면서도 김성배의 머리 속에 그려졌던 이미지를 선명하게 음악으로 구연하고 있다. 그래서 연주자의 개성은 겉으로 보이는 형식적 차이가 아닌 연주자의 상상력에서 나옴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