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오래 전부터 자신만의 세계를 지닌 연주자로 인정 받아왔다. 그런데 그것이 ECM에서 앨범을 내면서 보다 견고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0여 년을 함께 해온 드럼 연주자 미셀 라비아와 함께한 이번 앨범만 해도 색다른 그만의 세계를 확인하게 해준다. 앨범에서 그는 멜로디를 코드의 긴장과 여백 안에 위치시키고 한정된 길이의 동기를 미묘한 변화 속에 반복하는 연주로 운동 속에서 지속을 표현한다. 정지된 듯 하지만 어느새 만개하는 꽃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정적인 상태를 지향하는 것은 대부분의 연주가 다른 어느 때보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만큼이나 미셀 라비아의 연주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단순히 리듬 연주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심벌의 마찰이나 긴 여운 등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사운드에 동적인 긴장을 끊임 없이 제공한다. 그리고 불연속의 소리가 서정을 내포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위한 ‘Tanztheater’같은 곡에서 볼 수 있듯이 스테파노 바타글리아가 역할을 역전하여 타악기적인 연주를 시도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다. 그러나 앨범은 그렇게 목가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두 번째 곡 제목처럼 형이상학적 위안(Metaphysical Consolations)을 준다.
Pastorale – Stefano Battaglia & Michele Rabbia (ECM 201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