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아비타빌레는 미셀 페트루치아니가 발굴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몰라도 그를 이을 피아노 연주자로 큰 기대를 받았고 그래서 전략적으로 드레퓌스 레이블에서 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한 만큼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만의 음악적 고집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고전적 트리오 양식에 대한 애착이 있고 그래서 미셀 페트루치아니처럼 강력한 멜로디적인 감각보다는 전체 사운드의 긴장과 균형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대중적으로는 ‘미셀 페투르치아니의 후예라지만 어째 좀……’이라는 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다소 다르다. ‘파리 소묘’라는 타이틀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결 정서적인 면이 풍부해졌다.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도 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변했다고 보지 않는다. 마누 카쉐, 피노 팔라디노와 이룬 트리오 연주의 역동적인 힘은 여전히 그가 자신의 길을 가려 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미셀 페트루치아니를 내게서 발견하려 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저 표지가 맘에 든다. 지난 밤에 술을 진탕 마신 후 숙취를 깨지 못한 채 부스스한 얼굴로 마지 못해 사진을 찍은 듯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