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주디스 버크슨(?)의 앨범이다. 그녀의 음악은 참으로 독특하다. 인상주의 이후의 클래식, 재즈, 포크, 유대 음악을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실제 앨범에는 자작곡 외에 거쉰이나 콜 포터의 스탠더드 재즈 곡부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의 ‘Der Leiermann’, 그리고 유대 포크 음악이 그녀의 건반 연주와 노래로 색다르게 해석되었다.
이런 그녀의 노래와 연주는 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준다. 그것은 해석 자체의 독특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혼자서 피아노, 펜더 로즈 등의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클래식의 소프라노 보이스를 포크적으로 노래하는 독특한 창법 또한 그녀의 음악을 개인적인 공간에 머무르게 한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로버트 와이엇에 수잔 아부헬 등의 음악을 섞으면 나올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의 음악은 분명 다른 비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그녀의 음악이 독특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게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내느냐 하면 아니라 하고 싶다. 개인적인 것이 하나의 메시지로 나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내게는 100여 년 전의 어두운 분위기를 느낄 뿐이다.
한편 앨범을 들을 때 맨프레드 아이허의 취향이 이런 면이 있었나 싶었는데 크레딧을 보니 스티브 레이크가 제작자로 올려 있었다. 그라면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