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페스티벌은 연주자들이 만나 음악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남 자체에서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고 이를 공연으로 드러내며 나아가 앨범을 녹음하게 되는 것이다. 피아노 연주자 칙 코리아와 스테파노 볼라니도 그랬다. 두 연주자는 2009년 이탈리아의 라벨로 뮤직 페스티벌에서 처음 같이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이 피아노 듀오 연주에 만족해 이후에 몇 차례 공연을 더 가졌고 이것은 지난 2010년 움브리아 윈터 재즈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앨범 타이틀 <Orvieto>는 움브리아의 오르비에토 시에서 앨범이 녹음되었음을, 그리고 특별한 주제나 사전 연습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2010년 12월 30일 당시의 순간에 충실한 듀오 연주를 담았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2009년 7월 두 연주자가 처음 만났을 때 그 연주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앨범에 담긴 두 연주자의 호흡은 세밀한 부분까지 멋진 조화를 보인다. 어쩌면 두 연주자가 목표했을 지 모르는 마치 한 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누가 리듬을 연주하고 누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솔로를 하고 여백을 메워나가는 연주를 함으로써 하나의 의지에 의해 네 손이 움직이는 듯한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다. 특히 ‘Retrato Em Branco E Preto’와 ‘Tirititran’, ‘Armando’s Rhumba’등의 곡에서 두 연주자의 호흡은 절묘함을 넘어 짜릿한 감흥을 선사한다. 연주적 차원을 넘어 정서적으로도 합일이 되어야 가능한 연주다.
이러한 조화는 두 연주자가 각각 듀오 연주 경험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칙 코리아의 경우 허비 행콕이나 곤잘로 루발카바 등과 듀오 연주를 했었고 스테파노 볼라니의 경우 마르시알 솔랄과 듀오로 연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사 경험이 주는 익숙함 외에 두 연주자의 음악적 성향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멋진 조화의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앨범 내지에 적인 스테파노 볼라니의 글에 의하면 그는 리듬감, 프레이징을 만들어가는 방식, 전반적인 스타일 등에서 칙 코리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두 연주자가 서로 거울을 마주보고 연주하듯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즉흥 연주곡, 두 연주자의 자작곡, 스탠더드 곡, 그리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으로 이루어진 레퍼토리도 두 연주자의 공통된 취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 앨범에 담긴 연주는 순간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바로 그 때여야 할 최적의 순간, 기록되어 감상되어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