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에밀 파리지앵은 1982년 생의 젊은 색소폰 연주자다. 성이 파리지앵이지만 파리 사람은 아니다. 지금은 파리에 살겠지만. 이 앨범은 그의 두 번째 앨범으로 2009년 Victoire Du Jazz에서 신인 연주자상에 해당하는 Frank Tenot(프랑스의 재즈 평론가였다)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에밀 파리지앵의 음악은 개인이 아니라 쿼텟의 음악으로 보아야 한다. 이 앨범도 네 멤버의 유기적이고 순간적인 감흥에 의한 연주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프리 재즈란 것은 아니다. 작곡이 있고 편곡이 있는 연주다. 그러나 그 진행이 네 연주자의 에너지의 교감을 통해 분출되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사실 네 연주자 개개인의 연주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약간의 어긋남, 입체적인 발화가 이를 어렵게 느끼게 한다. 이완과 긴장이 동시간에 공존한다고 할까? 한편 수록곡 가운데 ‘Le Bel a l’agonie’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곡을 쿼텟 스타일로 연주한 것으로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섬세한 톤의 조절, 긴장 가득한 하성의 진행 등으로 바그너의 분위기를 멋지게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