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시니는 지금까지 그룹과 솔로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 가운데 그룹 활동은 편성의 변화가 많았어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었다면 솔로 활동은 앨범마다 다양한 변화나 실험을 보여주곤 했다. 이번 앨범 <Orchestrion>도 새로운 시도를 들려준다. 그것은 솔로 앨범이 아닌 듯한 솔로 앨범이라는 표현으로 정리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연주적 측면에서 말하면 이 앨범은 솔로 앨범이 아니다. 기타 솔로 연주가 아닌 여러 악기들이 함께 하는 복잡 다단한 그룹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솔로 앨범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팻 메시니 혼자 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앨범 타이틀인‘오케스트리온’이라는 단어가‘자동 연주 기계’를 의미한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준비된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연주되는 악기/기계를 말하는데 이것은 요즈음 새로 나온 것이 아니라 음반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1900년대 즈음에 등장했다. 가장 쉬운 예로 악보에 맞추어 구멍이 뚫린 종이 롤(Roll)을 따라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를 생각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음반 대신 이 종이 롤을 구입하여 음악을 듣곤 했다. 나 또한 거쉰이 직접 연주하여 남긴 피아노 롤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다. 팻 메시니는 바로 이 오케스트리온을 현재에 되살렸다. 그런데 단순히 피아노뿐만 아니라 섬세한 주법이 요구되는, 그래서 자동 연주화하기 힘든 악기-앨범 표지를 보라-까지 공을 들여 자동 연주 기계로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그 자동 연주 기계의 반주에 맞추어 기타 연주를 펼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앨범에 담긴 음악은 많은 부분에 있어 팻 메시니 그룹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또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새로울 수 있겠다. 그래서 그의 오케스트리온 공연이 기다려진다. 그렇다면 팻 메시니는 왜 모든 것에 만능일 수도 있는 가상 음악 프로그램이 있는 시대에 이리 복고적인 방식으로 앨범을 녹음할 생각을 했을까? 그것은 오케스트리온 자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래밍에 의해 연주된다고 해도 오케스트리온이 기본적으로 실제 연주적 질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다양한 기타 소리를 쉽게 내기 위해 피카소 기타를 고안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나저나 이 앨범이 큰 호응을 얻어 팻 메시니 그룹 앨범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Orchestrion – Pat Metheny (Nonesuch 201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