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마릴린 크리스펠은 최근 다양한 활동 속에 듀오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작가 피터 한트케의 1996년도 소설의 제목 ‘In einer dunklen Nacht ging ich aus meinem stillen Haus’을 타이틀로 사용한 이번 앨범도 그 가운데 하나로 클라리넷 연주자 데이비드 로텐버그와 함께 했다. 이 독일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는 뉴저지 공과대학 교수이기도 하며 국내에도 번역된 <새는 왜 노래하는가? >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앨범은 마릴린 크리스펠보다는 데이비드 로텐버그에 중심이 맞추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연주가 그의 클라리넷 솔로에 마릴린 크리스펠이 피아노는 물론, 다양한 금속성 소리를 발생하는 사운드보드, 타악기 등으로 맞추어가는 방식으로 흐르는 것이 그렇다. 그리고 연주된 곡들의 제목 또한 데이비드 로텐버그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What Birds Sing’을 비롯하여 ‘Still Life With Woodpeckers’, ‘Owl Moon’, ‘Grosbeak’, ‘Motmot’, The Hawk And The Mouse’ 등 새를 주제로 한 곡들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곡들 대부분은 새들의 모습, 움직임, 소리 등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려는 듯한 표현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Invocation’으로 시작해 ‘Evocation’으로 마무리되는 이번 앨범은 집을 떠난 후 만난 새로운 소리의 정경의 묘사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One Dark Night I Left My Silent House – Marilyn Crispell & David Rothenberg (ECM 201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