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재키 바이어드는 찰스 밍거스, 에릭 돌피 등과의 활동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보적 성향의 연주자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러나 그의 솔로 앨범들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이 앨범만 해도 상당히 전통적인 성향의 연주를 들려준다. 진보적이라 하면 난해함 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의 세련됨에 더 가깝다. 특히 ‘I Fall In Love Too Easily’에서의 피아노 연주가 그렇다. 화려한 화성전개에 맬로디를 완전하게 덮어버린 그의 피아노 연주는 매우 신비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그리 새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신선하다. 그 외에 다른 곡들을 통해 그는 랙 타임부터 비밥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재즈 피아노 양식을 자신이 소화하고 있음을, 그래서 행여 진보적이라 해도 과거에 기반을 단단히 두고 있음을 밝힌다. 한편 첫 곡 ‘A-Toodle-Oo, Toodle-Oo’에서는 특이하게도 피아노 대신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며 지미 오웬스의 트럼펫과 조응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소 욕심이었다는 생각이다. 또한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어떤 정돈된 느낌이 부족한 듯하다. 녹음 상태나 마스터도 살짝 더 손을 봐야 할 것 같고..전반적으로 듣는 재미는 있지만 재키 바이어드 외에 음악적인 인상을 남기는 앨범은 아닌 것 같다.
On The Spot – Jaki Byard (Prestige 1967)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