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주자 박수현의 첫 앨범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공부를 했는지 캐나다와 서울을 오가는 기억을 기반으로 작곡한 곡들을 싣고 있다. 연주 또한 캐나다의 동료들과 함께 했다.
앨범에 담긴 곡들은 음악적인 고민을 넘어 서정적인 울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멜로디가 되었건 코드가 되었건 박수현의 경험에서 출발하고 있기에 각 곡들은 서정성이 우선적으로 드러난다. 그렇다고 연주가 말랑말랑한 것은 아니지만 곡마다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기에 감상자체가 버겁지는 않다. 두 곡의 스탠더드 곡 ‘Whisper Not’, ‘My Favorite Things’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박수현식 감상이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베니 골슨의 곡을 아주 느린 속도로 가져간 것은 무척 신선했다. (이러한 시도는 김광민의 ‘All The Things You Are’ 가 가장 최고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느린 속도로 인해 음들, 코드 사이에 있었던 점성질이 다 제거되어 깔끔, 정갈한 곡으로 새롭게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앨범의 믹싱에 그리 만족하지 않는다. 감성적 필요에 따라 박수현은 기타, 색소폰, 보컬 등을 기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조합하는데 있어서 감성적 깊이만큼 공간적 깊이를 상대적으로 덜 배려하지 않았나 싶다. 너무 하나의 평면에 밀착되어 있단 느낌이다. 조금은 더 드럼을 뒤로 물리는-볼륨의 문제가 아니다-등 악기 사이에 여백을 더 주었다면 원하는 것 이상의 정서적 효과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개별 악기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배치하는 데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박수현의 음악이 어떤 모습이며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운드임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