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 재즈가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 시킨 후의 재즈계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발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일렉트로 재즈 자체의 발전은 아직도 많은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즈를 사고하는 하나의 정신으로서는 기존의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연주자들이 일렉트로 재즈의 방법론, 사운드를 자신들의 음악의 새로운 길을 여는데 준거로서의 측면과 도구로서의 측면 모두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그저 강박적인 테크노 리듬에 함몰될 줄 알았던 분출하는 재즈의 약동성이 오히려 위협 앞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인 동시에 재즈의 위대한 힘이기도 하다.
유리 케인, 존 스코필드, 브래드 멜다우등의 최신 앨범들이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Nu Bop>앨범을 발매한 매튜 쉽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가 이러한 앨범을 생각했다는 것은 나로서도 무척이나 의외였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매튜 쉽이 보여주고 있는 음악들은 아방가르드라는 장안에서 밥이라는 형식적 측면들이 어떻게 유지되고 현재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매튜 쉽의 정수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그의 여느 앨범보다 현재성이라는 측면을 강하게 부각시킨 앨범이라는 생각이다.
이 앨범을 그렇다고 일렉트로 재즈의 양식적 측면에 강하게 부합되는 앨범이라고 내가 소개하고 픈 것은 아니다. 분명 이 앨범의 주된 음악들은 평소처럼 아방가르드와 밥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곡예를 하는 매튜 쉽의 음악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 플램이라는 신디사이저와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한 연주자의 가세로, 단순한 한 연주자의 가세가 창출해 낼 수 있는 효과를 넘는 새로움이 음악에 드러나고 있다. 그 새로움이 바로 일렉트로 재즈적인 부분들인데 이 스타일이 무엇보다 리듬적인 측면에서 지배력이 강한 만큼 이번 매튜 쉽의 앨범에서도 리듬의 측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드럼의 자유진행을 일정한 틀 안에 고정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은 사운드를 지배하는데 그래서 드럼이 차지하는 비중이 피아노 이상으로 크다. 또한 이러한 고정만큼 쉽 본인의 피아노도 오른손보다는 왼손의 움직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양상을 보이며 베이스도 일종의 루프(loop)를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말하자면 어쿠스틱 악기로 일렉트로적인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쉽이 자신의 연주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바로 이 부분에 쉽이 자연스럽게 일렉트로적인 부분을 도입할 수 있었다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 바로 밥스타일의 연주 또한 피아노 양손의 상관 관계-왼손에 종속된 오른손-가 유사한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앨범 제목이 Nu Bop인 것처럼 진보적인 사고로 낡은 밥의 언어를 새로운 일렉트로의 시대에도 발전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사운드 스페이스에서의 Bopping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리듬위에 펼쳐지는 그의 긴장감있는 연주는 결국 이전과 동일하다.
소리 소문없이 발매되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앨범은 내가 보기엔 일렉트로 재즈가 재즈 내에서 어떻게 창조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가를 제대로 예시한 수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