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는 음악을 통해 감상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 한다. 이야기를 하려 하기도 한다. 감상자도 마찬가지. 음악을 통해 연주자를 느끼거나 그와 소통하고 싶어한다. (때로는 그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피아노 연주자 김지선도 이 첫 앨범에서 자신의 연주력, 작, 편곡 능력 이전에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 이야기는 한 여성이 기차를 타고 간이역이 있는 고향 집에 도착해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마도 지친 영혼이 고향에서 안식을 찾는 과정, 부단한 도시의 삶을 떠나 고향 집에서 잠시 여백을 갖는 것의 필요성을 말하려 한 듯 하다.
그런데 그녀는 정영준(베이스), 김정균(타악기), 김다예(첼로)와 함께 한 음악 외에 어느 날 청량리역 7시 55분에 기차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거나 컴퓨터로 글을 쓰다가 고향 역에 내려 집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리들을 약간의 음악을 더해 그대로 수록했다. 게다가 이 과정은 영상에 담겨 부록 DVD로 담겨 있다. 말하자면 상상을 자극시키는 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구체화하려 한 것이다. 이것은 피아노 연주 외에 사운드 디자인을 함께 공부한 그녀의 이력이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이런 기획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색다른 음악감상을 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앨범의 경우 10곡 가운데 5곡을 소리로 채운 것은 좀 과했다는 생각이다. 정작 음악이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5개의 음악들도 아련한 여정의 느낌은 전달하지만 앨범 타이틀처럼 그녀가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낸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데에는 다소 힘이 부족하다. 아련한 분위기 속에서 한 곡 정도 보다 도드라지는 곡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