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오스카 피터슨의 대표 앨범을 고르라고 하면 <We Get Request>나 <Night Trane>같은 앨범을 언급하곤 한다. 본인 역시 상기의 앨범을 시작으로 오스카 피터슨의 앨범을 접했고 그 앨범들이 지닌 맛깔스러움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앨범을 제일 좋아한다.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가 지닌 매력은 삶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가 느껴진다는 것에 있다. 공간을 좁게 설정하고 멜로디를 중심으로 그 위에 적절한 장식음을 섞어가는 그의 연주는 스케일이 그다지 크지 않으면서도 개인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보편적인 면이 있다. 그것은 모든 이의 가슴속에 내재된 긍정적인 면을 자극하는 밝음 때문일 것이다. 발라드를 연주할 때도 슬픔보다는 여유가 더 잘 드러나는 것이 그의 연주다. 이 앨범 역시 오스카 피터슨 특유의 매력적인 부분들이 그대로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당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오스카 피터슨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함께 들어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앨범을 선호하게 만드는 것은 타이틀 곡 ‘Nigerian Marketplace’ 때문이다. 이 앨범은 ‘Nigerian Marketplace’ 한 곡만으로도 그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곡은 맛있다. 1981년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발에서 연주된 이 곡은 기존의 오스카 피터슨의 낙관적인 면을 반영하면서도 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매우 스케일이 큰 연주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베이스 연주자 NHOP의 베이스로 테마를 시작하는 타이틀 곡의 흐름은 70년대 말엽부터 재즈를 지배하기 시작했던 퓨전적인 느낌이 든다. 마치 일렉트릭 베이스를 연주하는 듯하다. 베이스에 의한 테마 제시 이후 등장하는 오스카 피터슨의 솔로역시 가볍게 테마를 변주한 형태의 연주를 들려준다. 여기에 테리 클락의 드럼은 스윙감보다는 정박위주의 연주-사실 이것은 더 다른 설명을 해야 할 듯한데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를 펼치면서 모든 것이 힘과 현란함이 드러나는 연주를 펼친다. 매우 멜로딕하게 진행된다. 그럼에도 세 연주자들은 정통적인 강렬한 인터플레이를 펼치는데 그 힘이나 확장의 규모가 롹음악을 생각할 정도로 거대하다.
이후에 이어지는 곡들은 이전의 오스카 피터슨 특유의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사운드 이미지는 매우 퓨전적인 느낌이 든다. 예로, ‘Misty’와 ‘Waltz For Debby’를 엮어서 메들리로 연주하는 오스카 피터슨의 솔로에서도 그의 프레이징은 여전히 그의 색을 들려주고 있으면서도 피아노의 음색이나 공간적인 느낌은 매우 현대적이다. 오스카 피터슨이 트릴을 펼치는 부분에서는 물방울이 또로록 떨어지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외에 그가 즐겨 연주하는 ‘You Look Good To Me’같은 곡에서 오스카 피터슨의 솔로를 보조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사운드에서도 퓨전적인 느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앨범을 퓨전 재즈 앨범의 하나로 정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앨범은 흔히 말하는 정통성이 더 많은 앨범이다. 그럼에도 사운드 이미지에서 퓨전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녹음기술에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단지 초기 디지털 녹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일반적인 면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초기 디지털 녹음이 퓨전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오스카 피터슨의 앨범에 비해 확장된 다이나믹 레인지-그러니까 최고 레벨과 최저 레벨의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We Get Request>나 <Night Trane>같은 앨범에서 느껴지던 약간은 평면적인 음악 이미지에 비해 이 앨범은 매우 입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각 악기들이 중첩됨이 없이 명확하게 들린다. 무엇보다 드럼과 베이스를 유의해서 들어보길 바란다. 뒤로 물러섬이 없이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와 거의 비슷한 위치를 확보하면서도 침해하지 않는다.
편안함과 밝음, 유쾌함을 원한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