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연주자가 있는가 하면 음악으로 이야기를 하는 연주자가 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가릴 성질은 아니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연주자의 음악이 상대적으로 듣기가 더 쉽지 않나 싶다. 기타 연주자 김성은이 이끄는 SE 쿼텟의 이번 두 번째 앨범이 그렇다. 이건민(피아노), 박진교(베이스), 김민찬(드럼)이 함께 한 쿼텟은 이미 지난 2012년에 선보였던 첫 번째 앨범 <Patience>로 인내, 받아들임을 이야기했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앨범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여유와 긍정을 주제로 감상자에게 편하게 다가서는 연주를 펼친다. 그래서일까? 쿼텟의 연주는 조급함이 없다. 미디엄 템포를 중심으로 관계의 추억(I’m Glad That I Got To Know You). 미소와 눈물(Between Laughter and Tears), 이해(Hug) 등을 따스한 목소리의 중년 신사처럼 아주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멜로디에만 의존하지도 않는다. 포근한 톤으로 과장된 수식 없이 담백하게 흐르는 김성은의 기타가 중심이 된 쿼텟의 어울림에서 만들어진 넉넉한 질감을 통해 말을 건다. 앨범에 편재하는 그 느긋함에 감상자가 스스로 여유와 긍정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온화한 정서가 중심이 된 연주인 만큼 강렬한 맛은 없다. 그것이 앨범을 밋밋하다 느끼게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인보다는 편한 이성친구처럼 그리 큰 싫증 없이 종종 듣기에는 아주 좋은 앨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