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영원하다고 하지만 사실 다음세대로 이어지지 않고 한 세대와 함께 과거로 사라지는 음악이 훨씬 더 많다. 그것은 그 음악이 그다지 맛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당대의 경제 논리가 더 많은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조 베누티의 앨범이 다시 등장했다. 어떻게 이 앨범이 다시 먼지를 털고 재 발매될 수 있었는지 필자로서도 의문이다. 그다지 큰 지명도를 국내에서 확보하고 있지 않기에 누군가?라고 의문할 감상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간단히 말하자면 조 베누티는 바이올린 연주자이다. 그것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테판 그라첼리보다 앞서 바이올린을 재즈 즉흥 연주에 도입했던. 그리고 스테판 그라펠리가 쟝고 라인하르트라는 기타리스트와 깊은 관련을 맺었던 것처럼 베누티 역시 토니 로마노라는 기타연주자와 많은 시간을 함께 활동했다.
하드 밥과 쿨이 재즈를 양분하고 있던 시대에 녹음되었던 것이지만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시간은 30년대 스윙이다. 과거를 향했던 연주가 다시 과거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금처럼 재즈가 보다 복잡해지고 이념화되기 전, 대중음악 그 자체였던 시대를 그리는 만큼 이 앨범 전체는 낭만적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춤추듯 우아하게 토니 로마노의 기타 위를 흐르는 조 베누티의 바이올린은 먼지처럼 되어 사라져 버린 시대를 향한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조 베누티의 시선이 어떤 비관적인 기조를 띄고 있지는 않다. 모든 힘든 일도 시간이 흐르면 아름다운 것만 남지 않는가? 조 베누티는 과거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런 낭만적인 기조의 뒤에는 혼자서 리듬을 도맡아 연주하는 토니 로마노의 기타의 힘이 크다. 애수어린 선율에서도 그의 기타는 조 베누티가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밝은 리듬을 연주한다.
한편 이번에 재 발매가 되면서 토니 로마노가 회상하는 베누티에 대한 인터뷰가 추가되었고 이후 조 베누티 없이 로마노 혼자서 레이 브라운, 클로드 윌리암슨 등의 연주자가 함께 했던 세션이 추가되었다. 조 베누티가 빠져서 그랬는지 집시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미국식 재즈적인 분위기가 강조된 연주가 주를 이루는데 놀랍게도 토니 로마노의 온화한 보컬이 전체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
이 앨범은 LP를 마스터로 해서 복원된 앨범이다. 그런 앨범 치고는 음질이 매우 깨끗하다. 오히려 간혹 들리는 잡음은 앨범이 담고 있는 낭만적 기조를 강화한다. 그러나 이런 류의 복원 음반에서 자주 발견하게 되는 과도한 고역대의 강조는 가끔씩 귀를 피곤하게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들려주는 과거에 대한 아름다운 시선은 결코 상하지 않는다. 연주자는 갔어도 음악은 남는다. 아니 연주자는 음악과 함께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