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책을 되는대로 골라 읽는 것 같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집어 든 책이었다. 이유가 있다면 ‘N’이라는 글자 때문에?
소설은 추리 장르적으로는 추리 소설에 가깝다. 하지만 형사가 범인을 잡는 식의 진행을 보이지 않는다. 4명의 사람이 관련된 살인 현장이 있었고 그 네 중에 한 명이 여러 증언을 거쳐 감옥에 간다. 하지만 10년 뒤에 그 네 사람의 증언에서 하나 둘 중요한 사실이 빠졌고 그로 인해 진실이 왜곡 되었음이 밝혀진다. 이 또한 추리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안에 모함이나 갈등도 없다. 이쯤 되면 추리 소설치고는 참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이 소설의 주제는 살인 사건과 그 해결이 아니라 사랑이다. 네 명의 인물은 그 안의 누구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거짓을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자면 너를 위해 내가 이리 행동하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쎄. 이것이 사랑이라면 과연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지 나는 모르겠다. 분명 사랑한다는 누구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통이 부재하는 것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냥 먼 훗날 자신의 범죄 가담을 변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이런 점에서 소설은 추리 소설적 성격도 적지만 연애 소설적 성격도 적다.
소설은 분명 읽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긴장을 유지하는 밀도는 약하다. 네 명의 사연이 범죄와 관련을 덜 맺는 부분이 있고 또 명확하게 각각 누구를 사랑했느냐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도 아쉽다. 어느 순간 주제와 목적을 읽고 달리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러너스 하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