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실력파 연주자가 참 많다. 이제 50을 바라보고 있는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세르쥬 포르테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까지 6장의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 중 4장은 2000년대 이후에 발매된 것이다. 30대 초반에 녹음했던 두 장의 앨범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세 번째 앨범으로 지난 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었던 <La Vie En Bleu>는 1992년에 녹음되었지만 2001년에서야 앨범으로 발매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면 어떻게 이리 뛰어난 연주자가 이처럼 활동 기간에 걸맞지 않은 빈약한 그의 음반이력을 갖게 되었는가 의문하게 된다. 실제 그는 탄탄한 클래식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우아한 서정, 그리고 오스카 피터슨을 위시한 미국 재즈 피아노 거장들을 따르는 기교와 리듬 감각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감상적 멜로디에 매몰되어 연주의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기교에 빠져 감성적 부분을 소홀히 하는 오류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위험을 즐기며 자신의 연주를 펼친다. 특히 그의 피아노 연주가 지닌 매력은 작은 부분에서 시작하여 상승을 거듭한 끝에 환상적 절정에 이르는 촘촘한 구성에 있다. 이것이 계획된 것이건 즉흥적인 것이건 간에 그의 피아노는 그래서 감상자를 집중하게 하고 끝내 감탄의 카타르시스로 이끌고 만다.
지난 해 소개된 <La Vie En Bleu>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되는 이번 앨범은 세르쥬 포르테의 이후 석 장의 앨범 그러니까 엘라 프로덕션에서의 본격적인 앨범 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석장의 앨범에서 선별한 곡들은 모두 각각의 확실한 방향과 그에 따른 세르쥬 포르테의 명쾌한 연주로 이루어져 있어 이 낯선 피아노 연주자의 면모를 다각적으로 바라보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앨범의 초반은 2003년도 앨범 <Jazz’in Chopin>에서 선별한 세 곡을 담고 있다. 앨범 타이틀처럼 모두 쇼팽의 곡을 편곡하여 연주한 곡들이다. 이들 곡들을 연주함에 있어 그는 쇼팽의 애잔한 멜로디를 그대로 살리면서 리듬에 변화를 준 연주를 펼친다. 그러면서 특유의 서사적 솔로로 곡을 환상적으로 발전시킨다. 이어지는 5곡은 2005년도 앨범 <Thanks For All>에 수록된 것들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오스카 피터슨, 스크리아빈 등의 인물들이 그에게 끼친 영향을 드러냈었는데 선별된 곡들은 특히 세르쥬 포르테만의 자유로운 리듬 운용 능력을 확인시켜준다. 끝으로 이어지는 4곡은 가장 최근 앨범인 <La Boheme>에서 선별한 곡들이다. 이 앨범은 <La Vie En Bleu>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명 샹송을 재즈로 연주하고 있는데 섬세한 서정과 다양한 리듬에 대한 유연한 반응력을 동시에 드러낸다.
아! 이번 앨범에는 <Thanks For All>에 보너스 트랙으로 실렸던 미셀 페트루치아니와의 듀오 연주 또한 담고 있다. 원래 1990년에 녹음되었던 이 동등한 듀오 연주를 들으면 다시 한번 세르쥬 포르테의 빈약한 지명도에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라도 조금씩 빛을 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