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을 녹음할 무렵의 빌 에반스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침체기를 겪다가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시기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스콧 라파로-폴 모션 트리오가 스콧 라파로의 죽음으로 짧은 전설로 끝나버린 후 약 일년간 그는 앨범을 녹음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스콧 라파로를 대신하여 척 이스라엘을 맞이하여 트리오 녹음을 했는데 이 녹음은 조금은 업 템포 곡들이 많은 와 발라드 성향이 강한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발라드라서 그런지 확실히 트리오의 긴박한 호흡은 이전 트리오보다는 덜한 면이 있다. 그러나 조금 늘어지는 맛이 있어서 그렇지 척 이스라엘 또한 빌 에반스가 생각하는 트리오이즘을 잘 이해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가면서 피아노에 보다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정도가 스콧 라파로보다는 덜하단 생각이다. 반면 폴 모션의 부서질 듯 예민한 브러시는 앨범을 투명하고 예민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CD로 발매되면서 늘어난 다이나믹 때문인지 앨범은 마스터 테입 특유의 히스 노이즈가 전체를 지배한다. 이것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렇게 되면 고역대의 해상도가 줄어들겠지만……그리고 전체 사운드에 마이킹을 해서 그런지 드럼이 피아노보다 조금은 앞서 나온다는 느낌이 강하다. 왼쪽에 드럼 오른쪽에 베이스 그리고 피아노가 가운데에 위치한 배치였을 텐데 아무튼 조금 더 선명한 음질을 아쉬워하게 된다. 그래서 빌 에반스의 부재가 안타깝다. 그가 지금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선연한 연주를 들려주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