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신주현의 첫 앨범이다. 앨범 소개 글에 따르면 기타 연주자는 캐나다에서 11년간 수학했고 그 긴 시간 동안 느꼈던 감정을 곡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일의 희망에 자신을 맡긴 채 공부했던 그 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기만 했던 것 같지 않다. 그 시절을 담았다는 곡들은 모두 밝다. 특히 고운 멜로디 자체가 주는 정서가 매우 긍정적이다. 힘들었던 추억은 잊고 좋았던 시간만 기억나는 것일까? 앨범에서 가장 멜랑콜리한 ‘Black’마저도 우울보다는 낭만의 함유량이 더 많다.
그런데 정서적인 측면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트리오의 연주자체는 그렇게 새롭다거나 강렬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주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따스한 톤을 바탕으로 업 템포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음을 절제하며 소박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하지만 타이틀 곡처럼 기타 솔로만큼 트리오 연주의 밀도가 높은 곡이 더 있었다면 앨범 전체의 매력이 증가했으리라 본다. 만약 내가 첫 앨범에 너무 큰 요구를 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 기타 연주자가 그만큼 더 나아갈 실력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매우 좋게 들었음에도 보다 입체적인 사운드에 대한 시도를 담은 다음 앨범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