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주와 프랑스 내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코르시카(불어로는 Corse)의 전통 폴리포니 음악을 추구하는 아 필레타 앙상블, 그리고 반도네온 연주자 다니엘 보나벤투라가 함께 한 앨범이다. 이 앨범의 주제는 코르시카의 전통 합창과 트럼펫 혹은 반도네온의 조화에 있다. 이미 파올로 프레주는 자신의 고향으로 프랑스의 코르시카처럼 이탈리아 내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지닌 사르디니아 전통 합창과 협연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그 음악이 전혀 생소하지는 않다.
앨범의 첫 곡 ‘Rex tremendae’의 웅장하고 종교적인 합창과 트럼펫의 조화를 들으면서 나는 힐리아드 앙상블과 얀 가바렉의 어울림을 떠올렸다. 실제 이후 노래된 곡들의 상당수는 종교적 신성함을 내포하고 있어 적잖이 이런 비교를 상정하게 한다. 그러나 얀 가바렉과 힐리아드 앙상블이 천상의 느낌이었다면 파올로 프레주와 아 필레타 앙상블의 조화는 훨씬 인간적인 정서에 머물러 있다. 인간적인 슬픔, 고뇌 등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고 할까? (여기엔 다니엘 보나벤투라의 반도네온이 큰 몫을 한다.) 그래서 종교 음악에 거부감이 있어 얀 가바렉과 힐리아드 앙상블의 음악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앨범은 기꺼이 감상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코르시카의 전통을 떠나 색다른 공간감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