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디 브리지워터는 분명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재즈 보컬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노래도 잘 하지만 앨범마다 확고한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것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특히 1990대부터 그녀는 Song Book 형태의 앨범을 제작해왔다. 그 결과 호레이스 실버(<Love & Peace>)를 시작으로 엘라 핏제랄드(<Dear Ella>), 쿠르트 바일(<This Is New>), 빌리 할리데이(<Eleanora Fagan (1915-1959): To Billie With Love From Dee Dee>) 등을 주제로 한 앨범들이 발매되었다. 이 외에 <J’ai Deux Amours>와 <Red Earth>같은 앨범도 각각 프랑스 샹송과 아프리카라는 명확한 주제를 지니고 있다.
Song Book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선배 연주자에 대한 평범한 헌정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개성을 앨범마다 부여해 왔다. 그녀의 노래가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노래를 들려준다고 해도 하나의 음악적 주제는 감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실제 그녀가 만난 팬이나 가족들은 이를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Song Book 형태의 앨범보다 더 듣기 편한 앨범, 구체적으로는 발라드 앨범을 꾸준히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제작된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이 앨범은 1993년도 앨범 <Keeping Tradition> 이후 지금까지 그녀가 발매한 앨범들에 수록된 발라드 곡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곡들은 기대했던 대로 디 디 브리지워터의 서정성을 제대로 맛보게 해준다. 한편 기존 곡들의 모음집이지만 이 앨범에서도 하나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기쁨, 달콤함, 슬픔, 고통 등의 사랑의 명암(明腤)이 곡에 따라 다채롭게 펼쳐졌는데 그 가운데 ‘Lonely Woman’, ‘Good Morning Heartache’, ‘I’m A Fool To Want You-I Fall In Love Too Easily’ 등 사랑의 슬픔, 우울을 표현한 곡들이 더 와 닿는다. 그래서 평소 그녀의 진가는 빠른 템포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데 있다고 믿었던 감상자라면 이 발라드 모음집에서 신선한 만족을 얻게 되리라 생각된다.
끝으로 비교적 긴 기간 사이에 다양한 편성으로 녹음된 곡들을 리마스터링을 통해 하나의 정규 앨범처럼 사운드를 정리한 것도 앨범 감상을 만족스럽게 함을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