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알보란 트리오의 첫 앨범이다. 이 앨범을 들으면 일단 수록곡의 국제적인 면모에 놀라게 된다. 그러니까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곡 제목이 구성되어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 쪽이나 다른 언어도 사용되었으리라 보지만 이것은 나의 이해를 벗어난다. 아무튼 이러한 수록곡들의 구성을 보면 이탈리아 피아노 연주자 파올로 팔리아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트리오가 유랑자적 입장에서 앨범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이 트리오가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찬사를 통해 볼 때 파올로 팔리아가 개인이 아니라 피아노 트리오 자체의 존재감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즉, 트리오만의 무엇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이 앨범만으로는 그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약간은 습기를 먹은 듯한 촉촉함으로 시가 아닌 드라마를 써내려 가는 듯한 서사적 구성에서 다른 트리오들과 구별되는 점을 느끼게 되지만 앨범 하나만을 두고 보면 처음의 에너지가 후반부에 좀 약해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앨범이 아닌 두 번째 앨범 <Near Gale>부터 트리오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Balkan Air’가 주는 신선한 인상을 기억해야 한다. 에스뵤른 스벤슨이나 최근 야론 헤어만의 연주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피아노 현의 연주와 베이스 드럼의 박진감 넘치는 진행이 어우러진 이 곡은 질감의 신선함뿐만 아니라 정말 발칸 반도를 창공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부유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