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ange Bleu – Lars Danielsson (ACT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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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일렉트로 재즈가 나왔을 때 내가 큰 지지를 보냈던 것은 테크노 혹은 일렉트로니카와의 결합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한 우주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여러 일렉트로 재즈 선구자 가운데 닐스 페터 몰배를 제일 좋아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렉트로 재즈는 다소 형식적인 측면에 치우친 듯한 느낌이다.

그런 가운데 라스 다니엘슨의 이 앨범은 형식보다는 우주적 상상력과 그것의 음악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큰 만족을 준다. 실제 이 앨범을 듣다 보면 SF 적인 서사와 그 안에서의 인간을 상상하게 한다. 차가우면서도 광활한 우주적 공간감, 그 안에서의 인간적 고독, 사랑 등에 관한 영화를 떠올린다. 그래서 이 앨범의 사운드는 전혀 기계적이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일렉트로 리듬을 적극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어쿠스틱 악기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막상 구성을 들여다 보면 일렉트로 악기가 대거 사용된 것도 아니다. 단지 사운드의 기본 개념이 일렉트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무한으로 확장하는 공간감과 라스 다니엘슨의 처연한 멜로디와 닐스 페터 몰배 등에 의한 서사의 표현 등이 상상을 자극한다.

한편 이 앨범이 SF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실상 대부분의 SF 영화들은 일렉트로 사운드가 아닌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사용한다. 예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 영화에서나 전자적 사운드가 사용될 뿐이다. 이것은 아마도 오케스트라라는 규모 자체가 주는 거대한 상상 자극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공상적인 서사에서 어쿠스틱 악기로 구성된 대형 오케스트라가 어떤 현실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공상적 서사를 감상자에게 가능한 이야기로 인식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가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라스 다니엘슨의 이 음악이 SF 영화에 사용되면 그 영화 이상의 상상력을 자극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쩔까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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