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음악 작곡가로 잘 알려진 엘레니 카라인드로우는 영화 음악 외에도 연극 음악 작곡도 꾸준히 해왔다. 이 앨범은 지난 2011년 그리스의 에피다우르스라는 고대 극장에서 상연된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 중의 한 명인 유리피데스의 대표작 <메데아>를 위해 만든 음악을 담고 있다. 그동안 그녀는 대형 오케스트라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경우 모처럼 6인조 앙상블에 소프라노와 합창이 가세한 편성을 사용했다. 지난 2001년 역시 유리피데스의 작품을 올렸던 연극 <Trojan Women 트로이의 여인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 때와 같은 방식이다. 그리스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그리스적 정서를 보다 잘 살리고 주인공의 개인적인 성격을 더 잘 살리기 위해 이러한 편성을 선택했다고 생각된다.
앨범에 담긴 음악은 그리스의 전통적인 색채 속에서 슬픔과 긴장을 표현한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과 배신에 대한 복수를 위해 존속살인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 결과 그리스 신화에서는 마녀로 알려진 여성 메데아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꼭 연극을 보고 감상할 필요는 없다. 이전 그녀의 영화 음악들이 음악 자체의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이 앨범 또한 충분히 독립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비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조금만 검색하는 수고를 기울인다면 그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