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비렐레스는 쿠바 출신으로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이다. 아직 우리에겐 생소할 수 있는데 크리스 포터의 <The Siren>이나 토마추 스탄코의 뉴욕 쿼텟 앨범 <Wislawa>에서 그의 연주를 만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아마도 ECM에서 자신의 리더 앨범을 녹음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이 앨범에서 31세의 젊은 연주자는 자신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두 대의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쿠바의 민속 타악기 세트인 비안코메코(Biankomeko)로 이루어진 독특한 편성을 사용했다. 이러한 색다른 편성에는 쿠바의 전통적인 색채가 가미된 음악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는 화려한 리듬이 부각되는 라틴 음악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의 퀸텟은 쿠바의 토속적인 종교과 관련된 음악을 말한다. 앨범 타이틀이 ‘사탕 수수’와 ‘(성스러운) 목소리’란 의미를 지녔음을 생각하면 예상이 되리라 생각된다. 토속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베이빗 비렐레스의 음악은 원초적인 상승욕구와 경건함이 주는 긴장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긴장은 재즈의 즉흥적인 긴장과 만나 현대성을 획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바로 이 현대적 울림에 데이빗 비렐레스의 피아노가 자리잡고 있다. 그의 피아노는 네 명의 리듬 섹션이 만들어 내는 주술적 리듬 위에서 차분한 시인의 모습과 불을 지피는 주술사의 모습을 오가며 개성 강한 자신만의 연주를 펼친다.
글쎄. 그의 음악이 계속 이러한 토속성과 현대성의 긴장 사이를 파고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앨범만큼은 ECM의 기존 피아노 연주자들과는 다른 지점을 제시한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