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카를로스 비카의 앨범들 가운데 이번 앨범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포르투갈의 Culturgest, Casa da Musica, Orient Museum 등에서 가졌던 공연을 정리한 이 앨범에서 그는 재즈, 팝, 블루스, 포크 등이 어우러진 특유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그 유쾌하면서도 익살스러움? 짓궂음?의 정서가 감상자를 매혹한다. 칼라 블레이+빌 프리셀+탐 웨이츠의 사운드라 하는 것이 좋을 듯. 그 가운데 ‘For Malena’는 귀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를 건조함과 몽환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익살스럽게 풀어가는 것이 그의 음악적 정수를 단번에 들려준다.
한편 이 앨범에서 그는 연주보다는 작,편곡가의 역할에 머물고 대신 호앙 파울로(건반), 마리오 델가도(기타) 등 다른 연주자의 존재감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 특히 꾸준히 카를로스 비카와 함께 하고 있는 호앙 파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포르투갈 재즈를 책임질 인물 가운데 하나로 주목해야 할 듯 싶다. 한편 트럼펫, 플뤼겔혼, 맬로디카 등을 연주하며 사운드에 익살스러움을 부여하는 독일 출신의 마티야스 슈리에플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끝으로 앨범에서 카를로스 비카는 자작곡을 중심으로 하면서 다른 작곡가의 곡 두 곡을 연주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Paris Texas’가 포함되었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를 위해 라이 쿠더가 쓴 이 곡의 황량한 느낌이 다시 상기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