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코르드 비엔은 바이올린-비올라-콘트라베이스-아코데온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실내악 쿼텟이다. 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4중주단은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다양한 음악을 창의적으로 소화해왔다. 그래서 에릭 사티, 무소르그스키, 아스토르 피아졸라 같은 작곡가의 음악들이 이들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여지기도 했다. 이번 앨범도 이러한 새로운 해석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음악을 담고 있다. 그런데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들을 앨범의 화두로 삼으면서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이고 클래식적인 맛이 강하다. 이것은 무엇보다 메조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쿨만의 참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확실히 그녀의 노래는 다소 어두운 정서가 지배했던 말러의 음악을 새로운 우아함의 차원으로 새로이 이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를 앞에 내세우고 아마르코르드 비엔은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압도적일 정도로 거대했던 말러의 음악을 실내악풍의 4중주 곡으로 기막히게 바꾸어 연주한다. 이렇게 소품에 가까운 단출한 편성으로 말러의 사운드를 축소했다고 해도 원곡의 울림을 가벼이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향곡 5번의 유명한 ‘Adagietto’의 경우 원곡의 낭만적 비감이 이 소 편성의 연주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말러의 음악을 단순히 새로운 편성 위에 올리는 것을 넘어 편성과 상관 없이 유지되는 말러의 정서를 확인하는 데 감상의 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