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앨범 <Never Stop>(2010)에 대해서 나는 트리오가 한동안 약화되었던 에너지를 다시 회복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2년 뒤 발매된 이 앨범은 넘치는 에너지와 함께 트리오가 독자적인 서정성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분명 예전의 폭발적인 힘은 여전하지만 그 전개 뒤로 서정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트리오가 멜로디에 천착하느냐, 꼭 그것도 아니다. 단순한 동기를 지속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결국엔 그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방식, 어쩌면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연주를 하는데 그것이 무척 서정적이다. 그 좋은 예가 아예 대놓고 서정성을 표방한 첫 곡 ‘Pound For Pound’이다. 14분이 넘는 ‘In Stiches’도 마찬가지. 이러한 서정성은 연주 안에 서사를 담고 사운드의 질감을 다소 어둡게 가져간 데서 나오지 않나 싶다. 어찌 보면 라디오헤드의 비극적 서정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한편 ‘I Want To Feel Good Part.2’같은 곡은 앨범에서 가장 밝고 경쾌한 곡으로 배드 플러스식의 스윙을 맛보게 한다. 그래서 앨범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그리고 자작곡 가운데 마지막 곡으로 폴 모션의 ‘Victoria’를 넣은 것도 흥미롭다. 아마 데이비드 킹을 비롯한 멤버가 고인의 영향을 받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