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클래식 곡들을 피아노 트리오로 연주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탈리아의 피아노 연주자 마시모 파라오는 올 해 비너스 레이블에서만 넉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지난 2013년 9월에 녹음된 이 앨범은 그 첫 번째에 해당한다. 사실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할 때부터 그의 연주는 에디 히긴즈로 대표되는 비너스 레이블의 사운드와 상당히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앨범은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앨범 타이틀 곡 ‘Luiza’를 비롯하여 ‘So In Love’, ‘Stardust’ 등 스탠더드 곡들을 경쾌하고 산뜻한 스윙감을 바탕으로 테마를 부담스럽지 않는 선에서 살짝 뒤틀고 이를 다시 멜로디 감각이 돋보이는 솔로로 확장하는 연주는 비너스 레이블이 지향하는 1950,60년대 하드 밥의 낭만적 사운드에 그대로 부합되는 것이다. 새로움보다는 재즈의 전형적 이미지를 재인하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연주, 질감의 차이가 아닌 레퍼토리나 즉흥적으로 이어가는 멜로디의 흐름에서 신선함을 찾게 되는 연주이다. 나쁘게 말하면 연주자만의 것이 감추어진 다소 진부한 연주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뻔하면서도 그것이 질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담고 있는 것에 어찌 질릴 수 있을까? 꼭 들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들으면 실망은 하지 않을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