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위치한 ECM 레이블은 맨프레드 아이허라는 한 명의 제작자의 취향을 따라 클래식, 재즈, 민속 음악 등을 가로지르는 한편 모든 악기들이 투명하게 들리는 사운드와 음악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멋진 커버 이미지를 통해 앨범을 하나의 예술적 대상의 경지로 고양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래서 많은 연주자들이 ECM에서 앨범을 발매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직관에만 의존하는 제작자의 마음에 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예원이 한국 보컬로서는 처음으로-이전에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녹음한 앨범이 있다.- 이 깐깐한 레이블에서 앨범을 녹음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맨프레드 아이허 본인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 정선이 제작을 담당했다는 것에 남다른 시선을 보낼 필요도 없다. (ECM에서 정선이 제작자로 일한다는 것도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이다.)
피아노 연주자 애런 팍스, 아코데온 연주자 롭 쿠르토와 호흡을 맞춘 이번 앨범은 한국 동요를 주제로 하고 있다. 애런 팍스의 솔로 앨범 녹음을 구경하러 갔다가 사운드 체크를 하면서 생각 없이 우리 동요 ‘섬집 아기’를 노래한 것에서 앨범 제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그녀는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루아를 임신 중이었다. 그 결과 ‘섬집 아기’, ‘과수원길’, ‘달맞이’, ‘오빠생각’, ‘자장가’ 등의 우리 동여가 노래되었다.
아이를 주제로 한만큼 그녀의 노래는 미성을 바탕으로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노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피아노와 아코데온 연주 또한 곡의 기본 구조를 확장하기 보다는 절제미 속에서 연주한다. 그래서 담백함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미 동요에 익숙한 한국 감상자들에게는 이 단순함이 심심함이나 모험에 대한 아쉬움을 유발할 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아이를 위한 것이니 당연할 수도 있다. 한편 외국 감상자들의 경우는 한국적인 정서를 이야기 하기 전에 곡 자체의 간결한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