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역사가 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연주자들이 전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꺼이 늘 현재성을 재즈 안에 불어 넣으려 한다. 피아노 트리오의 경우 최근에는 에스뵤른 스벤슨으로 대표되는 강박적 리듬을 바탕으로 극적인 상승을 추구하는 사운드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의 피아노 연주자 윤석철의 이번 두 번째 트리오 앨범도 이러한 흐름 속에 위치한 음악을 담고 있다. 이것은 비교적 직선적이고 전통적인 트리오 연주를 표방했던 첫 앨범 <Growth>(2009)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젊은 연주자는 평소에 퓨전 재즈와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 위한 시도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자기 취향의 일부분을 드러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정상이(베이스), 김영진(드럼)과 함께 한 이번 앨범에서 그는 피아노 외에 펜더 로즈와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며 전자적 질감의 사운드를 시도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어쿠스틱 편성이지만 일렉트로니카적인 맛을 내는 리듬 섹션에 있지 않나 싶다. 실제 앨범의 첫 곡 ‘No Matter’부터 두 리듬 연주자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에서 맛볼 수 있는 탄력적이면서도 강박적인 그루브를 연주한다. 그 위에 윤석철의 피아노와 전자 악기를 혼용한 사운드가 흐르면서 도시적 세련미를 발산한다. ‘We Don’t Need To Go There’와 ‘음주권장경음악’도 마찬가지. 이러한 시도는 ‘안녕히 주무세요’에서 정점에 달한다. 서서히 일렉트로니카적인 색채가 강해짐에 따라 정서적 상승을 보이는 이 곡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접목한 트리오 음악의 모범적 사례라 할만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직선적 트리오 연주를 표방한 ‘막무가내’, 펑키한 리듬의 변화를 추구했지만 역시 기본적으로는 전통적 트리오의 범주에 놓이는‘Show Must Go On’, 한국의 일렉트로니카를 대표한다 할 수 있는 DJ 소울스케이프 곡을 연주했음에도 멜로디적인 측면을 강조한 나머지 역시 가벼운 트리오 연주에 머무른 타이틀 곡 등은 연주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앨범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것 같아 아쉽다. 글쎄. 새로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기에 다소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일까? 조금은 더 과감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앨범이 보다 현재적이고 젊은 감각을 지녔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감각적인 측면이 듣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호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