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스클라비의 음악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그의 자유로운 가로지르기가 특히 나는 마음에 든다. 그의 음악은 작곡과 연주가 이상적으로 조합을 이룬다. 그러나 특별한 그의 음악이 더 특별한 차이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나는 그의 최근 몇 장의 앨범을 들으며 받았다. 음악적으로 뛰어나지만 뭔가 명확한 잔향을 남기지 못한다는 느낌. 그러나 이 앨범은 그렇지 않다. 매우 감동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 앨범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다. 즉, 오디세우스의 그 긴 여정이 ‘길을 잃다’로 표현된 것이다. 그런데 루이 스클라비는 앨범에 어떤 서사적인 면을 부여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오디세우스의 ‘길 잃음’,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 그 자체에 관심을 맞춘 듯하다. 그래서 앨범은 유럽의 여러 지역적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발칸 반도적인 느낌이 드는 ‘Bain D’or 황금 욕조’를 들 수 있다. 그렇다고 루이 스클라비가 이 앨범을 가상의 민속 음악적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 앨범은 진보적인 포스트 밥 혹은 아방가르드 재즈를 지향한다. 특히 지난 앨범에 이어 막심 델피에르의 기타는 루이 스클라비의 색소폰과 클라리넷만큼이나 사운드의 질감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다소 복잡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상당히 온건한 면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작곡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루이 스클라비의 반대편에서 대립 각을 형성할 (트럼펫 같은) 악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색소폰 연주자 마티유 메쳐가 루이 스클라비와 함께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그는 대척점보다는 동일 위치에서 함께 함을 지향한다. 개인적으로 그 대신 2001년도 앨범 <L’ Affrontement des Pretendants 위장자들의 충돌>에 참여한 트럼펫 연주자 쟝 뤽 카포조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같은 사운드에 서사적인 면까지 획득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앨범은 지난 앨범 <L’ Imparfait des Langues 언어의 불완전성>을 녹음할 때부터 기획된 것이라 한다. 언어의 불완전성을 느낀 그가 구전 문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