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김지훈과 기타 연주자 안재진이 함께 한 짐 홀을 향한 헌정 앨범이다. 녹음이 올 1월 7일에 이루어졌으니 고인의 부고(2013년 12월 10일)후 곧바로 앨범 제작을 결행한 것이다. 그만큼 두 연주자에게 짐 홀이 각별했던 것일까? 아무튼 그 덕에 세상을 떠난 명인을 향한 첫 헌정 앨범을 만나게 되었다. 게다가 발 빠른 제작임에도 허투루 제작했다는 인상은 전혀 주지 않는다. 고인을 향한 존경과 이를 바탕으로 한 두 연주자의 개성이 담긴 사려 깊은 연주가 감상을 무척 만족스럽게 한다.
앨범에서 두 연주자는 편성에서 보듯 짐 홀의 여러 기억 가운데 특히 빌 에반스를 시작으로 미셀 페트루치아니, 엔리코 피에라눈지, 제프리 키저 등으로 이어졌던 피아노 연주자와 이루었던 듀오의 기억을 파고든다. 그렇다고 안상준이 짐 홀이 되고 김지훈이 상대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역할 놀이에 멈추지는 않는다. 고인의 기타 주법이나 프레이징을 재현하는 것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대신 두 연주자는 짐 홀이 상대 연주자와 나누었던 대화의 방식에 집중한다. 모던함을 넘어 현대적이기까지 했던 연주를 들려주었음에도 결코 편안함과 따스함을 잃지 않았던 대화법! 실제 각각 다른 편성으로 연주했던 자작 곡들을 새로이 듀오로 연주하면서 두 연주자는 멜로디 리듬 등에서 순간순간 다채로운 방식으로 정교하게 어울리면서도 난해함 대신 마치 마음이 너무 잘 맞는 친구들이 그렇지! 맞아!를 불쑥 쏟아내며 나누는 수다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여기서 짐 홀에 대한 그리움이 은근히 솟아오른다. 명인의 손길은 한국의 연주자들에게도 닿았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