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드 재즈는 도시의 배경에 자리잡고픈 욕망이 투영된 음악이다. 재즈의 비율을 줄이고 R&B, 소울의 비중을 높여 도시적 감성을 강조한 이 재즈는 일체의 근심과 거리를 둔, 감각적 휴식으로만 채워진 말 그대로 부드러운(Smooth) 일상을 지향한다. 리차드 엘리엇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지난 30여 년간 이 색소폰 연주자는 스무드 재즈의 전형을 굳건히 하는 음악을 선보여왔다. 이번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이상적인 도시의 삶을 그리게 한다. 사실 스무드 재즈는 장르적인 성격이 우선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색다른 사운드를 만나기 어렵고 연주자의 개성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번 앨범의 경우 미디엄 템포 이하의 리듬을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칠(Chill)한 맛을 강조하려 했고 색소폰 연주 또한 노래를 하고픈 연주자의 갈망이 투영된 듯 보컬을 연상시키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새로운 창작곡과 함께 브루노 마스의 ‘When I Was Your Man’, 맨하탄즈의 ‘Shining Star’, 브라이언 맥나잇의 ‘Anytime’을 연주한 것도 앨범의 대중적 관심을 높인다.
이처럼 앨범은 아주 빼어나지는 않지만 스무드 재즈의 전형을 반영한 사운드로 기존 애호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그래도 색다르고 새로운 맛을 선호하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사운드의 질감에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누 재즈, 일렉트로 재즈가 새로운 도시 지향의 재즈로 각광받는 지금 리차드 엘리엇의 사운드는 다소 낡아 보일 수 있다. 80,90년대 도시에 대한 향수를 담은 음악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