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지난 앨범 <Same Girl>(2010)년부터 보였었다. 첫 앨범부터 <Voyage>(2008)까지 나윤선은 미성을 기본으로 서정성을 표현하는데 주력했었다. 그것이 2010년도 앨범부터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이전과 다른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유럽의 서정적 재즈에 머무르지 않고 록까지 아우르기에 이르렀다. 이번 앨범은 이러한 그녀의 변화의 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앨범이 나올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번 새 앨범에서 그녀는 먼저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한편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용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클래식을 노래한 타이틀 곡 ‘Lento’가 그랬다. 공간적 여백을 최대한 살린 그녀의 노래는 스크리아빈을 생각하기 전에 그녀의 자작곡 혹은 함께 한 라스 다니엘슨의 작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윤선화된 모습을 보인다. 나인 인치 네일의 록을 노래한 ‘Hurt’는 어떤가? 원곡이 록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곡 안에 내재되어 있던 서정성을 전면에 내세워 노래한다. 반면 자니 캐쉬의 카우보이 스타일의 노래 ‘Ghost Riders In The Sky’에서는 원곡의 구수함을 록적인 스타일로 노래하는데 날카롭고 섬뜩하다 못해 귀기(鬼氣)까지 느껴진다. 평소 부드러운 나윤선에 익숙한 감상자들에겐 깜짝 놀랄만한 분위기라 하겠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진가는 결국 나윤선의 서정적 측면에 있다. ‘Ghost Riders In The Sky’에서의 록적인 카리스마나 ‘Momento Magico 마술적 순간’에서의 화려한 스캣은 사실 표면적인 새로움에 불과하다. 그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앨범에 편재하는 어두운 상실의 이미지이다. 언급한 곡 외에 그녀의 노래는 슬픔(Lament), 상처(Hurt), 공허(Empty Dream), 이별(Soundless Bye, 아리랑), 기다림(Waiting)등 슬픔의 정서로 가득하다. 그나마 앨범이 희망적인 분위기(New Dawn)로 마무리되지 않았더라면 앨범은 극단적 비관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