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Victoire du Jazz에서 최우수 연주자상을 수상한 마크 뒤크레의 앨범이다. 총 다섯 곡을 수록하고 있는데 네 곡은 2007년 아비뇽의 데릴리움 클럽에서의 공연이고 한 곡은 2003년 토르 오디토리움에서의 공연이다. 이렇게 공연을 정리한 앨범이지만 전체의 유기적인 구성과 연주 모두에 있어서 나는 마크 뒤크레가 자신의 음반 이력 가운데 가장 빛나는 역작을 발표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일단 기보와 즉흥 사이의 오묘한 조화와 긴장에 있다. 얼핏 들으면 앨범에 담긴 연주들이 정해진 길 없이 불쑥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주처럼 들리지만 기이하게도 그것들은 하나의 일정한 결을 따라 흐르고 있다. 마크 뒤크레의 기타를 포함해 11명의 연주자들이 제 각각의 소리를 내면서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걸음의 의미’가 아니라 ‘걸음의 방향’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걸음은 연주자마다 제 각각인. 마치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뛰고 걷지만 결국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풍경을 생각하면 되겠다.
한편 수록곡 모두가 일종의 표현주의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이 연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Total Machine’, 부터 ‘Tapage 두드림’, ‘Le Menteur dans l’Annexe 부록 속 거짓말쟁이’, ‘Aquatique 습기를 머금은’, ‘Noivelles Nouvelles du Front 전선의 새로운 소식들’ 까지 모든 연주가 곡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한편 이번 앨범에서 마크 뒤크레가 보여주고 있는 사운드의 구성 방식은 그가 함께 했던 팀 번의 스타일을 많이 연상시킨다. 그래서 단순히 그가 팀 번 그룹의 단순 멤버, 참여자가 아니라 적극 멤버, 참여자였음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