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프랑스 재즈 무대에 등장한 이후로 아코쉬 셀레베니(Akosh Szelevenyi)의 음악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지닌다. 그것은 그의 음악이 가상의 민속음악(Imaginary Folklore)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아코쉬의 음악은 가상과 현실사이에 놓인다. 즉, 민속음악의 한 표상으로 인식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상이라는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요구한다. 얼마나 민속음악적 요소를 잘 사용했나가 아니라 그의 상상이 얼마나 우리를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이끌 수 있는가가 더 재미있는 관심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가상을 기능 시키는 동인은 바로 재즈다. 그 중에서도 후기의 존 콜트레인 류의 흐름이 이 앨범에 내재되어 있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프리 보다는 아방가르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코쉬가 재즈를 인식하는 태도나 연주 스타일에서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총 5곡이 휴지기 없이 그대로 이어지며 색다른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그 공간은 절규가 있고 철학적 고뇌가 있는 어두움의 공간이다. 그러면서도 음악이 끝날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닫혀진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듬 파트는 무속적이면서 매우 강박적이다. 매우 다양한 변화-때로는 카오스의 상태로 빠지기도 하는-를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견고한 서사적인 완결성을 띈다. 그 위에 다중악기를 연주하는 아코쉬를 비롯해 여러 명의 유니트 멤버들이 집단적인 솔로를 펼쳐나가며 강박 위에서 일종의 초월적인 감정상태로 우리를 이끈다. 마치 장중한 제식에 참석한 느낌을 일으킨다.
한편 기존의 음악 스타일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답습으로 볼 수는 없다. 기존의 음악적 형식과 새로움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효과음의 음악적 사용에서 드러난다. 민속 악기의 사용이라는 것이 단순한 재즈의 공간에서 다른 차원으로 공간으로 이전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함께 사용된 현대적인 효과음은 자칫 민속악기가 국지적이고 과거적인 공간을 강조할 수 있는 위험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4번 째 곡 Ota같은 경우 나열에 가까운 각 종 소리가 서서히 계열화되면서 의미를 생산해 다음 부분의 음악적 동기가 되어가는 양상이 15분이 넘는 시간동안 점진적으로 드러나는데 그 과정이 매우 절묘하다.
이 독특한 앨범을 감상하는 데는 사실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쉽게 정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매력은 아코쉬의 진지한 실험적 태도와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