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리에 있을 때 몇 안된 TV 재즈 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노년의 자니 그리핀을 볼 수 있었다.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은 그대로일지 모르나 어느덧 나이가 들고 구식의 연주를 새것처럼 생각하는 노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 때부터 나는 자니 그리핀을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시선에 두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나의 태도는 어쩌면 그만큼 젊은 시절의 자니 그리핀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존 콜트레인, 행크 모블리와 숨가쁜 배틀을 벌였던 <Blowing Session>(Blue Note 1957)은 상당히 짜릿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블루 노트를 떠나 리버사이드로 자리를 옮겨 처음 녹음한 이 앨범도 젊은 시절의 자니 그리핀을 좋게 추억하게 한다. 페퍼 아담스의 바리톤 색소폰, 도날드 버드의 트럼펫, 그리고 케니 드류의 피아노가 이끄는 리듬 섹션과 섹스텟을 이루었는데 모든 연주들이 하드 밥의 후끈거리는 열기를 담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자니 그리핀의 호방한 연주는 노년과는 다른 어떤 찬란한 빛을 발한다. 그런데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재즈에 막 빠져서 이 앨범 저 앨범을 모을 당시의 내 청춘을 기억했다. 그 때는 하드 밥만을 거의 들었다. 특히 재즈 특유의 끈적거림, 여름날의 열대야 같은 후덥지근한 맛을 나는 사랑했다. 그런데 그 시절의 느낌을 자니 그리핀의 이 앨범이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이다. What’s New같은 곡이 특히 그렇다. 이 곡은 23년 전이 내 삶의 하드 밥 시대였음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