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연주자는 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아간다.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 놓기, 그것은 재즈 연주자의 숙명과도 같다. 그런데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일정 부분 과거의 나와 그 음악과의 단절을 시도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시도는 자신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고 그 음악을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재즈 연주자들은 늘 타인의 음악을 듣는 만큼 자신의 내면에 이런 저런 의문을 던진다.
나는 한국 재즈 연주자 가운데 배장은이야 말로 새로운 형식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만큼 그 안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해 늘 고민하는 연주자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음악적 주제, 편성, 사운드의 질감에 있어 다양한 변모를 시도했음에도 견고함과 유연함을 겸비한 그녀의 아우라를 유지해왔다. 맷 펜멘-클라렌스 펜, 다니엘 푸즈-로스 페더슨과 각각 녹음한 곡들로 채운 이번 더블 트리오 앨범도 그렇다. 앨범 내지에서 그녀는 ‘끓어오르는 열정, 극심한 애증,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그것은 순수한 자신의 내적 분출인지 아니면 여러 전설들의 영향인지 의문한다. 글쎄,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전통적인 어법과 그를 활용한 자신의 연주 사이의 모호한 긴장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그녀의 연주가 갈팡질팡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자신의 연주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다음 앨범에서 바뀐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두 개의 트리오를 오가며 연주한 것은 아닐까? 이 두 트리오의 연주는 템포, 다른 연주자와의 긴장 관계 등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지만 배장은의 연주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레너드 코헨의 곡 ‘Hallelujah’에서의 반성(反省)적인 연주건 ‘Donna Lee’에서의 짜릿하고 화려한 연주건 모두 명징한 상상력이 그녀만의 매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그녀는 지난 앨범들에 이어 다시 한번 진행형이지만 특정 시점에서는 굳건한 자신을 표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앨범 타이틀이 그녀를 의미하는 ‘JB’인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