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재즈 연주자들이 록의 히트 곡들을 연주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렇게 재즈 연주자들이 록을 재즈로 바꾸어 연주하는 것은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측면도 있지만 재즈보다는 록을 좋아하는 현재의 젊은 감상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의도도 그 아래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인 프로젝트 사일런트 재즈 케이스가 제작한 이번 앨범의 경우 록의 명곡들을 연주했다는 것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의도는 정반대인 것이 흥미롭다. 그러니까 60,70년대 록을 듣던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재즈 애호가가 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남성적인 록을 재즈로 바꾸면서 변화의 폭을 넓게 하기 위해,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일리 로렌, 류 미호, 하루카 등의 여성 보컬을 기용한 것은 참신했지만 이로 인해 사운드가 다소 평범해 진 것은 확실히 앨범이 의도대로 한 때 록에 빠졌던 나이든 재즈 애호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하긴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이나 스테픈 울프의 ‘Born To Be Wild’를 비롯하여 데렉 앤 더 도미노즈, 그랜드펑크 레일로드, 딥 퍼플, 블랙 사바스, 크림 등의 그룹과 그들의 곡은 먼 전설일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앨범에서 연주된 록의 명곡들을 잘 알고 그에 대한 추억까지 하나 둘 정도 지니고 있다면 분명 이 앨범을 신선하다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평범한 재즈 앨범이 될 것이다. 역시 사일런트 재즈 케이스가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재즈로 연주한 앨범이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