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라스는 50년대 실력파 프렌치 혼 연주자였다. 원래 그는 클래식 쪽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재즈에 매력을 느껴 활동을 했고 37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가 남긴 앨범은 그리 많지 않고 지명도도 높지 않아 절판 상태에 있었다. 그러던 중 론힐 레이블에서 그의 앨범들을 재발매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이 앨범이다. 이 앨범은 1953년과 1954년에 녹음된 그의 Jazz Studio 앨범 두 장을 합본했다. 그의 다른 앨범들 가운데 <Jazz Lab>이라는 것도 있는 것으로 보아 실험적인 관점에서 앨범을 녹음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관점에서) 음악 자체가 실험적이진 않지만.
아무튼 앨범을 들으면 참으로 아까운 앨범이 빛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Jazz Studio vol.1>이 그렇다. 이 앨범엔 ‘Tenderly’와 ‘Let’s Split’ 두 곡만 담겨 있었다. 각각 24분 17분 가량의 대 곡인데 모두 뛰어난 연주를 담고 있다. 그 가운데 ‘Tenderly’는 폴 퀸체트, 프랑크 포스터(색소폰), 행크 존스(피아노), 케니 클락(드럼), 자니 스미스(기타, 원래 앨범에는 서 조나단 가세라는 가명으로 참여했다.) 등의 재즈 연주자들이 돌아가면서 충분한 솔로를 펼치는데 그 분위기가 참 좋다. 전반 10분을 낭만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나머지 10여분을 더블 타임으로 템포를 가속 시킨 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다시 돌아가며 솔로를 펼치는데 분위기는 물론 연주들이 모두 뛰어나다. 이러한 구성은 노먼 그란츠의 잼 세션 스타일의 앨범 제작의 영향을 받아 기획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미 주프리(색소폰), 마티 페이치(피아노), 하워드 로버츠(기타) 등이 참여한 <Jazz Studio 2>에서도 청량한 사운드의 질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 그라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앨범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의 프렌치 혼이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연주자가 리더처럼 연주한 것이 감상에는 좋은 효과를 주지만 연주자 존 그라스를 기억하게 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절판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재 발매된 것이 무척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