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마음은 그대로인데 사는 것에 휘둘려 멀어지는 사이가 있다. 예를 들면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해서, 다른 직장을 갖게 되어서, 둘 중 하나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서 멀어지는 것이다. 키스 자렛과 찰리 헤이든도 그랬다. 이 두 사람은 1970년대 중반까지 함께 그룹 활동을 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키스 자렛 쿼텟에서 함께 했던 것이다. 그러나 1976년 <Eyes Of The Heart>를 끝으로 각자의 음악적 삶을 이어가게 되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게 되면서 함께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3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함께 한 두 연주자의 이번 앨범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두 연주자의 만남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2007년 찰리 헤이든을 주제로 한 레토 카두프 감독의 <Rambling Boy>에 키스 자렛이 몇 마디 거들기 위해 출연하게 되었는데 모처럼 오랜 친구를 생각하는 것이 반가웠는지 찰리 헤이든을 자기 집에 초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난 음악 친구가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두 사람은 4일에 걸쳐 즉흥적으로 레퍼토리를 선택하며 듀오 연주를 녹음했다. 그것이 바로 이 앨범이다. 그렇기에 앨범은 오랜 우정을 확인하는 두 연주자의 즐거운 대화가 주를 이룬다.
키스 자렛의 집에서 녹음되었다는 점에 있어 앨범은 10년 전에 녹음된 키스 자렛의 솔로 앨범 <Melody At Night With You>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솔로 앨범이 사랑에 대한 연가적 분위기,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두근거림이 강했다면 이 앨범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이 편안하게 차 한잔을 마시면서 함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다. 그렇기에 ‘Where Can I Go Without You’, ‘Goodbye’, ‘Don’t Ever Leave Me’처럼 이별을 주제로 한 곡들까지 훈훈한 정서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두 연주자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해서 소품적인 느낌으로 연주하지는 않는다. 충분한 호흡으로 자신들의 솔로를 유감 없이 펼친다. 그래서 키스 자렛은 10년 전의 솔로 앨범에서의 서정적인 연주와 달리 베이스에 자극을 받아 트리오 연주에서처럼 리듬을 타는 연주를 펼친다. 찰리 헤이든 또한 평소보다 연주자로써 자신의 모습을 더 적극 드러내는 연주를 들려준다. 한편 이번 앨범은 그동안 키스 자렛의 스탠더드 트리오 활동과 솔로 활동에 다소 식상함을 느껴 무엇인가 새로운 키스 자렛을 원하는 감상자들, 조금은 더 편하고 낭만적인 키스 자렛을 기다린 감상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