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자끄 루시에 하면 바흐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는 지금까지 꾸준히 절대적 느낌을 지닌 바흐의 음악에 순간을 중시하는 재즈를 결합한 연주를 펼쳐왔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바흐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유 분방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을 받으며 바흐 재즈의 권위자로 인정 받았다. 사실 지금이야 클래식의 유명 곡들을 재즈로 연주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바흐의 음악만을 탐구하고-물론 가끔 사티나 모차르트도 연주하긴 했지만-눈을 감고 들어도 자끄 루시에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내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1959년 시작한 그의 활동이 올 해로 50주년을 맡았다고 한다. 이 앨범은 그 50년의 활동을 기념하고 있다. 물론 ‘Siciliana’, ‘Tocata & Fugue’ 등의 바흐 음악을 통한 기념이다. 그런데 뱅상 샤르보니에(베이스), 앙드레 아르피노(드럼)로 구성된 새 트리오로 녹음했다는 것이 새롭다. 하지만 자끄 루시에를 이루고 있는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 산뜻하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연주하지 않으며 바흐라는 텍스트를 중시하지만 순간에 충실한 연주를 즐긴다. 물론 수십 년간 바흐만 연주했기에 이전보다 새로움이 덜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지루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재즈 애호가들 보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이 앨범을 들으면 더 신선함을 느끼고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부고소식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한공연 기억이 확 올라오면서, 무엇보다 늘 cd로 함께했었는데…헛헛한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봅니다.
네 84세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늘 죽음, 나를 행복하게 한 음악을 선사했던 연주자의 죽음은 당황스럽습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기억되기 보다 그 당시 내가 경험한 삶과 연결되면서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이런 소식들으면 마치 그 당시 내 삶의 한 부분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됩니다. 뭔가 아련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하고요.
그렇죠. 나의 과거에 대한 증명은 내가 아닌 타인과 사물, 장소가 더 잘 해주니 말이죠. ㅎ